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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France

2014.02.08 오랜만에 영화관



  요 며칠 비가 계속 내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조금씩 내리다말고 내리다말고. 하늘은 항상 흐려있고.. 이번주는 매우 피곤했어서 아침에 그다지 일찍 일나지도 못했고. 며칠전에 봐둔 영화 상영표를 보고 영화관에 갔다. 프랑스에 오고 나서는 두번째. 저번에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를 봤다. 영화관에서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영화여서. 영어 대사+프랑스어 자막 으로..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영상이 화려해서 꽤 재밌었다. 


  이번에는 혼자 보러 갔다. 게다가 저번이랑 다른 영화관. 엑스에 있는 영화관 세개는 하나처럼 운영돼서 ... 잘은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아무튼 그렇다. 


  영화 제목은 Le vent se lève. 아무래도 프랑스에는 조금 늦게 개봉한 감이 있지. 


  학생증으로 학생할인해도 8유로.. 조금 비싼거 같아. 아니 비싸. 영화관은 좌석 지정제가 아니라서 들어가서 아무데나 앉는다. 게다가 표를 미리 팔지 않아서 상영시작 15분전부터 판다. 실제 광고 이후 영화 시작되는 시간은 표기된 시각 + 15분정도. 영화 별로 줄을 따로 서서 표를 산다. 그래서 표를 한두시간 전에 미리 살 수 없다. 그냥 몇분전에 와서 사는게 보통인듯. 8관은 꽤 멀리 까지 갔다. 내려가고 올라가고. 나중에 영화 끝나고서야 8관이 내가 표를 산 영화 본건물에 있는게 아니라 아예 옆건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신기했다. 드디어 그 알 수 없는 건물의 정체를 안 것이다 ! 그냥 영화 상영관이었구나. 상영관 내부엔 앞쪽과 뒤쪽의 높이차이가 많지 않다. 앞사람 머리가 화면을 가리는게 심각할 거 같았는데 의외로 아니었던게 아마 스크린이 위쪽에 있어서 그런거 같다. 좀 올려다 봐야하긴 하지만. 


  8관은 작은 편이었는데 자리가 거의 다 찼다. 이 영화도 두가지 버전으로 있었는데 VO(오리지널 버전, 자막)이랑 VF(프랑스어 더빙 버전). 프랑스어 듣기도 안되고 ㅠㅠㅠㅠ 주인공 지로의 목소리도 들어보고 싶었고, 원래 더빙판은 일부러 보지는 않았으니까. VO로 봤다. 결국 자막은 가끔만 봤다. 프랑스와 일본은 말하는 문화(?)가 굉장히 다른거 같아서, 프랑스인들에게는 왜 저런 대사를 할까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심지어 지로의 귀여운 여동생이 항상 지로한테 경어체(내가 받은 느낌으론 전혀 딱딱하지 않았던.)를 쓰는데 그런 느낌이 전혀! 자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다. 


  지로와 나오코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 프랑스어 문장이 나와서 묘했다.


 Le vent se lève, il faut tenter de vivre.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     작중에 여러번 나오고 프랑스어로도 나오지만 약간 어색한 발음에 극장에 있던 사람들이 살짝 웃는 게 들렸다. 작품 내내 인상적인 구절이었다.  르 방 쓰 레브. 일 뽀 떵떼 드 비브흐. 


  왠지 제목을 의식하고 영화를 보니까 바람이 부는 것이 더 눈에 잘 들어왔다. 작중에서 거의 항상 바람이 부는 것을 의도적으로 표현한 거 같았다. 펄럭펄럭펄럭이라든가. 지로의 성우 안노의 목소리도 한두번 빼고는 건조하게 어쩌면 어울리지 않다고 느낄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맘에 들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문 성우를 쓰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를 충분히 넘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어서 좋았다. 


  나오코의 이름이 처음 나왔을 때 자막에는 Nahoko라고 써져 있어서 나호코? 인가...... 혼자 뻘생각했다.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고, 나오코인게 자연스러웠으니까. 결국은 프랑스어의 발음 체계때문인거 같긴 하지만. h가 없었으면 나오코가 아니라 노코?정도로 발음 했으려나. h는 어차피 소리를 내지 않으니까. 


  중간중간에 비행기 관련 용어라든가 독일에 갔었을 때 대화라든가는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대사가 쏟아지는 영화가 아니라서 볼 만 했다. 두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었지만 그다지 지루하지도 않았고, 등장인물들이 계속 담배만 펴서 ....... 


  실은 영화를 보기 전에 한국에서의 반응이 꽤 않좋은 편이어서 걱정을 했지만. 만약 이걸 현실에 대입하지 말고 온전히 가상의 이야기로 본다면 괜찮은 작품인 거 같다. 소재빼고 좋다는 생각이겠지? 감독자신의, 주인곡 지로 자신의 내적 모순을 드러내면서. 며칠전 한국문화 수업에서 근현대 한국 문학 흐름을 간략하게 봤다. 정말 후달리는 프랑스어 듣기 실력으로 조금 주워들은 말이. 선생님이 자주 말하셨지만, 대략 문학작품을 이해하려면 그 시대 한국의 상황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당연한 말이지만. 누군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는 한가지 생각을 해보기도. 


  세상은 모순투성이인데. 어느 하나의 모순만을 잡아떼는 것 또한 모순인데. 


  가뜩이나 밖에 있으면 화장실 안보이는데 영화 끝나고 나오는 길로 나오니 골목으로 바로 나와서ㅜㅜ 화장실 가고 싶었는데. 언제나처럼. 영화 본 뒤 최소 몇시간은 멍...... 머릿속에서 영화 생각하면서 허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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