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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2015.3. 25 그라운드의 이방인. 시사회....

이 다큐를 보게된 것은 한가닥의 우연이었다.


- 티켓을 얻게 된 경위

예전 아주 예전. 옛날 옛적에 네이버 카페스토리에 영화 관련 카페가 떠서 나중에 찬찬히 둘러봐야지 하고 가입만 해둔 카페가 있었다. 그리고 이래저래 들어가보지는 않게 됐다. 시사회나 이벤트 같은게 대부분 수도권에 치중돼 있으니 그림의 떡이었다. 비수도권 거주민에게 시사회나 각종 영화이벤트에 관심을 갖는건 말도 안되는 취미이다. 카페 전체쪽지가 자주 오긴 했지만 무시무시... 그러던 어느날 쪽지 삭제하려 했는데 너무나도 눈에 띄는 문자들.. '영통 메가박스'와 '선착순'!!!! 잠시 타지 생활 중인 현재 주위에 도보로 갈 수 있는 영화관은 영통 메가박스 뿐이었고 더 멀리는 귀찮음과 시간, 경제적 문제로 갈 수 없다. 영화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심층적 영화 매니아까지는 아닌 나는 멋들어진 영화 리뷰같은 건 써본 적도 없어서 나에게 선착순이라는 단어는 매력적이었다. 카페글을 누르자 뽑는 인원에 한참 미달되는 덧글 수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공짜 영화표가 두장이 생길 것이라는 것에 매우 두근거렸다.


- 신청 후 관람 전까지.

사실 이때까지 영화에 대해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원래 보기전에 이것저것 찾아보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엄청 유명한 영화는 아니겠거니 하는 정도의 지식만 갖고. 감독님과의 시간이 있다는 것도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알 정도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담이었기 때문에 두근거림이 앞섰다. 나에겐 누구와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컸다. 내적 우열곡절 끝에 최근에 알게된 후배와 보게 됐다. 대충 야구가 소재일 것이라는 것까지도 알고 갔다.






영화 표는 매표소 앞 이벤트 테이블에서 진행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 관람중

아닛 영화가 시작하고 몇분정도 지나자 나는 이것이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평소 전혀 관심없던 소재였지만 새로운 것을 접하고 알아가는 즐거움이 더 크기에 몰입해서 열심히 봤다. 인터뷰 하는 사람들이 재일동포 들이어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완전 섞어서 썼다.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했었으니까 이 다큐를 보는 데 있어 개인적으로 재밌게 이해할 수 있었다. 주된 내용은 근현대 한국야구발전에 많은 영향을 준 재일동포 야구 선수들을 찾아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한국의 그라운드에 다시 서보게 하는 것이었다. 30여년 만에 재회한 아저씨들은 10대 소년으로 돌아간 것처럼. 소재가 매우 가느다랗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웠다. 학생재일코리안으로서 매년 한국에 초대돼 온 그들의 이야기. 한국 야구사에 아예 무지 + 야구 룰도 제대로 모름 .. 이런 상태로 봤지만 그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두시간이라는 긴 시간은 물흐르듯이 지나갔다. 복잡한 한일근현대사, 개인에게는 어떠했는지. 야구를 잘하는 재일코리안에게는 어떠했는지. 그들밖에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잘 담아낸 것 같다. 한국인임을 들키는걸 꺼려했던 사람, 고작 야구하러 온 학생일뿐인데 인기연예인 대우를 받아 놀란 이야기, 조국의 하늘을 본 감상, ... 하나하나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앞에 앉아있던 커플중 여자사람은 계속 폰으로 까똑질이었다. 영화관에 왜 온 것일까. 영화가 하루종일 하는 것도 아닌데 자신의 시간을 잠깐 내어주는 것도 못하면서.... 왜 온거지? 폰 불빛이 매우 거슬렸다. 부글부글 짜증났다. 의자를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


- 관람 직후 약 한시간 동안 감독님과. 

관객의 질문과 감독님의 답변으로 이루어졌다. 한시간은 금방갔다. 감독님의 순수한 면모!!! 이런 의도하지 않은 의도가 좋다. 다큐는 특히. 감독이 굳이 명시적으로 의도하지 않아도 감독의 내면은 무의식적으로 드러나게 돼있으니까. 누군가의 작품을 본다는 것은 그러한 내면을 보게 되는 것이니까. 

... 라는 것과는 별개로 여기 앉아있는 사람 중에 감독님을 처음 알게 된 건 나 뿐....?! 이라는 생각이 엄습해왔다. 질문하는 것들 보면 감독님 전작을 언급하면서 비교를 많이 하고 심층적이었다. 약간의 충격을 받았지만 이것 또한 흥미롭게 받아들였다. 어떤 질문자는 너무 깊이없게 담담하게 만든 것 아니냐(뭐 대충 비슷한 맥락.. 기억이 잘 안나지만..)라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좋았다. 극적인 감정을 꼭 넣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원래 창작물 비판을 잘 못하고 창작자의 의도에 공감을 잘 하긴 하지만.



- 며칠 후

이 기회가 없었다면 아마 절대 알지 못했을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시야 추가. 라는 느낌. 더불에 G시네마의 존재도 알게 되었고. 수도권에 산다는 건 문화적으로 누릴 수 있구나 하는 ... 여러모로 좋은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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